Wednesday, February 23, 2011

유리병


어느 바닷가에 모래사람군(남)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느때처럼 모래사장을 배회하다가 빈 병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그 병 속에는 눈(snow)이 조금 들어 있었습니다. 

쏟아져서 녹아버린 눈을 잠시 바라보던 모래사람군은

병 속에 모래를 담아서 바닷가에 떠내려 보냅니다.


추운 북쪽 동네 바닷가에 사는 눈사람양(여)이 해변에서 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병 속에 담긴 모래를 쏟아내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사는 곳에 자라는 소나무 가지 하나를 잘라내어 병에 담아 보냅니다.


다시금 그 병을 받아든 모래사람군은

이번에는 해변에 버려져 있는 미역 한 줄기를 담아서 보냅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사는 곳에 있는 솔방울, 조개껍질, 나뭇가지, 버려진 머리핀, 장갑, 죽은 쥐(ㅡㅡ;), 꽃게 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모래사람군이 편지를 써서 유리병에 담아

눈사람양에게 띄워 보냅니다.


그 편지속에서

모래사람군은 자신이 사는 해변가와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과 함께

서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지 못하니

바다속 한가운데로 와서 함께 만나자는 그림을 보냅니다.



이윽고, 바닷가로 다시 나선 눈사람양은

잠시 자기가 살던 곳을 뒤돌아 본 뒤

바닷속으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모래사람군 역시 바닷속으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하지만 바닷물에 몸이 젖은 모래사람군과 눈사람양은

미처 서로 만나지 못한 채

바닷물에 녹아서

사라져 버렸답니다.



















Bottle from Kirsten Lepore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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